다층으로 완성되는 미사일 방어체계
탄도미사일을 비롯한 다양한 미사일 위협은 비행 고도와 궤적, 운용 목적이 점차 복합화·다변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위협환경에서는 단일 요격 수단만으로 충분한 방어 효과를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로 다른 요격 수단을 단계적으로 운용하는 다층 미사일 방어 개념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이러한 안보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orea Air and Missile Defense, KAMD)를 중심으로 하층과 상층을 연계한 다층방어 구조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KAMD는 탐지·추적에서부터 요격에 이르기까지 여러 체계를 유기적으로 운용함으로써 방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리고 최근 KAMD의 상층 요격을 담당하는 L-SAM(Long-range Surface to Air Missile, 장거리 지대공 무기)이 개발완료 되었고 양산단계로 접어들었다. 본 기고에서는 이러한 KAMD의 기본 개념과 다층방어 구조를 간략히 살펴본 후, 그러한 구조 속에서 L-SAM이 수행하는 역할과 그 중요성을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특히 성층권 요격이라는 운용 환경의 특성과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개념을 개요 수준에서 소개함으로써, L-SAM이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의 완성에 기여하는 의미를 보여준다.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개념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인 KAMD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 영토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구축된 독자적인 방어시스템이다.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는 적의 미사일을 단일 지점에서 요격하는 방식이 아니라, 비행 단계별, 고도별로 여러 차례 요격 기회를 부여하는 방어개념이다. 탐지·추적 단계에서 확보한 정보를 바탕으로, 요격 고도와 운용 특성이 서로 다른 방어 수단을 연계함으로써 전체 방어 성공 확률을 제고하는 것이 핵심이다. 예를들어, 적의 미사일이 대기권으로 재진입하여 떨어질 때 고고도에서 한번, 중고도에서 다시 한번, 저고도에서 최종적으로 요격을 시도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KAMD는 이러한 다층방어 개념을 토대로 하층 방어체계와 상층 방어체계를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하는 구조를 지향한다. 하층 방어체계는 주로 종말 단계에서의 요격을 담당하여 최종 방어선을 형성하고, 상층 방어체계는 보다 이른 단계에서 위협을 요격함으로써 방어 범위와 대응 시간을 확장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와 같은 다층방어 구조는 특정 단계에서 요격이 실패하더라도 다음 단계에서 추가적인 요격 기회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여, 체계 전체의 생존성과 운용 유연성을 높인다. 따라서, KAMD에서 상층요격체계의 확보는 단순한 성능 확장이 아니라, 다층방어 개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림 1.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KAMD) 개념도(출처 : 국방부)
다층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단계별 구조
KAMD는 미사일이 하강하는 고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요격 수단을 배치한다.
상층요격체계의 필요성과 L-SAM의 역할
미사일 위협이 고도화될수록 요격 기회는 제한되며, 방어체계에는 보다 이른 단계에서의 대응 능력이 요구된다. 상층요격체계는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도입되는 요소로 요격 고도를 확장함으로써 방어 시간을 확보하고 다층방어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KAMD에서 이러한 상층요격체계를 담당하는 체계가 바로 L-SAM이라고 할 수 있다. L-SAM은 하층 방어체계와의 역할 분담을 통해 다층방어 구조를 완성하는 핵심 요소이다. 상층에서의 요격 성공은 이후 하층 방어체계의 부담을 경감시키는 효과를 가지며 체계 전체의 방어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L-SAM은 기본적으로 다기능 레이더, 교전통제소, 작전통제소, 유도탄 발사대, 유도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교전 절차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구성된다.
① 탐지 및 초기 추적
가장 먼저 중앙방공통제소(MCRC), KAMD 작전센터(KAMDOC)와 같은 상위 연동체계로부터 위협 표적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면서 다기능 레이더를 통해 위협 표적을 탐지하는 단계에서 시작된다. 탐지된 표적 정보는 비행 궤적, 속도, 예상 낙하지점 등의 형태로 처리되어 교전 판단에 활용된다. 이 단계에서 상층 요격이 가능한 표적인지에 대한 교전 적합성 판단이 병행되며, 하층 방어체계와의 역할 분담 역시 동시에 고려된다.
② 교전 통제 및 요격 명령
상위 연동체계(MCRC/KAMDOC)로부터 탐지된 정보는 각 대대 작전통제소로 전달된다. 작전통제소에서는 수집된 표적 정보를 기반으로 교전 여부를 판단하고 요격 수단을 포함한 교전 명령을 포대 교전통제소로 할당한다. 이러한 명령을 받은 각 포대 교전통제소는 실제 미사일 발사와 요격 임무를 수행한다.
③ 유도탄 발사 및 중간 유도
요격 명령에 따라 발사대에서 L-SAM 유도탄이 발사되며, 초기 및 중간 비행 구간에서는 지상 레이더와 지휘통제 체계로부터의 유도 정보를 활용하여목표물 인근으로 접근한다.
④ 종말 유도 및 요격
유도탄이 목표물에 근접하면 탑재된 탐색기를 통해 표적을 최종적으로 추적하며 종말 유도 단계에 진입한다. 이 단계에서 유도탄은 자체 유도 능력을 기반으로 직격요격(Hit-To-Kill)을 수행한다.
그림 3. L-SAM 교전절차(출처 : 국방부)
성층권 요격 환경과 기술적 특성
L-SAM은 성층권 인근의 고고도 환경에서 운용된다는 점에서 하층 요격체계와는 다른 기술적 특성이 요구된다. 대기 밀도가 낮은 환경에서는 공기역학적 제어의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비행 안정성과 기동성은 공력보다는 추력 기반 제어에 크게 의존된다. 또한, 고고도 도달 및 직격 요격을 위한 높은 에너지 관리 능력과 정밀한 종말 유도 성능이 요구되므로 요격체의 자세 제어와 궤적 수정 방식, 추적 방식 등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DACS(Divert and Attitude Control System)
성층권에서는 조종면을 이용한 자세 제어가 제한되므로 요격체는 추력 기반의 제어 방식을 통해 궤적 수정과 자세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하여 L-SAM에서는 DACS를 적용하여 고고도 환경에서도 미세한 궤적 수정과 자세 제어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DACS는 자세를 제어하는 ACS(Attitude Control System)와 궤도를 제어하는 DCS(Divert Control System)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ACS는 기존 미사일의 꼬리날개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무게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하여 각 방향의 노즐에서 분사되는 연소가스와 추력을 조절하여 X, Y, Z축 모든 방향에 대한 비행체의 자세를 제어한다. 하지만 이렇게 수정된 비행체의 자세를 바꾸는 용도일 뿐, 공기가 희박하여 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성층권에서는 궤도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궤도를 제어하는 기관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DCS이다. DCS는 무게중심의 가까운곳에 위치하여 ACS와 동일하게 노즐에서 분사되는 연소가스와 추력을 조절하여 비행체의 궤도를 제어한다.
그림 4. DACS 기동 형상(출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이중 펄스형 추진기관
성층권 요격은 교전 고도와 거리의 확대로 인해 요격체에 높은 비행 에너지와 기동 여유를 요구한다. L-SAM에서는 이러한 요구에 충족하기 위해 이중 펄스형 추진기관을 적용하여 비행 구간별로 추진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중 펄스형 추진기관은 하나의 충전체 내에 펄스 분리 장치를 설치하여 2단 펄스 연소를 만들어 낸다. 1단 펄스 연소는 미사일을 목표 지점까지 운반하고 2단 펄스 연소는 표적에 접근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속도를 급격히 높여 요격 성공률을 높인다.
적외선 영상 탐색기
요격 미사일의 유도에는 크게 레이더 탐색기와 적외선 탐색기로 분류할 수 있다. 레이더 탐색기는 목표물에 전파를 조사하고 반사 신호를 수신해 표적의 거리·속도·방위를 정밀하게 산출하여 탐색하는 방식으로 기상조건이나 주·야간에 관계없이 안정적인 탐지가 가능하다. 반면 적외선 탐색기는 목표물이 방출하는 열복사를 직접 탐지하는 수동형 센서로 외부 전파 방사가 필요 없으며 전자전 환경에서도 비교적 적은 영향을 받는다. 이 두 방식은 운용 환경에 따라 장단점이 뚜렷하게 갈리지만, 성층권이라는 특수한 요격 환경에서는 적외선 탐색기의 장점이 더욱 극대화 된다.
성층권은 대기 밀도가 낮고 공기역학적 제어의 효과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적외선 감쇠와 산란이 매우 작다. 이로 인해 목표물이 가진 열 신호가 장거리에서도 선명하게 관측될 수 있으며, 배경온도가 낮고 균일하여 고속으로 비행하는 목표물에서 열신호가 발생될 때, 배경 대비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
따라서, 성층권에서 보다 우수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점과 레이더 탐색기는 목표물이 탄두와 같은 소형 표적이기 때문에 레이더 반사 단면적이(RCS)가 작다는 점, 적 전자전에 의한 재밍·기만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적외선 탐색기가 고고도 요격 임무에 더 적합한 수단으로 평가된다.
그림 5. L-SAM의 특별한 기술(출처 : 국방부)
이와 같은 DACS 기반의 정밀 기동 기술, 이중펄스 추진기관을 통한 에너지 관리 능력, 성층권 요격환경에서 최적화된 적외선 탐색 기술은 개별적으로도 고도의 기술을 요구한다. 이는 우리나라가 더 이상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인 기술 역량만으로 구현가능하다는 점을 의미한다. 즉, 상층요격체계 L-SAM은 KAMD 내에서 상층 방어를 담당하는 핵심 요소로 다층방어체계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뿐만 아니라, 성층권이라는 제한된 환경 속에서 정밀 유도 미사일을 운용할 수 있는 기술적 성숙도를 갖추었다는 점을 시사함으로써 대한민국 미사일 방어체계가 외부의 의존을 넘어 스스로 진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자주국방으로의 한걸음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