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률 데이터북이란?
신뢰도는 체계(장비), 부품 등이 주어진 운용 조건하에서 규정된 시간동안 의도한 기능(성능)을 고장 없이 수행할 확률을 의미한다. 신뢰성 있는 무기체계 획득을 위해 개발단계에서 방사청(IPT)은 RAM 목표값을 설정하며, 연구개발주관기관은 신뢰성·정비성 설계 등을 통해 RAM 목표값을 충족하는 무기체계를 개발한다. 이때 신뢰도 예측(분석)을 통해 무기체계에 요구되는 신뢰도 목표를 충족하는지 여부를 판단한다. 신뢰도 예측의 첫 단계는 체계를 구성하는 구성품 또는 부품의 고장률 값을 계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주관기관은 MIL-HDBK-217F 등에서 제시하고 있는 고장률 예측모형을 활용하거나 외국에서 발간한 고장률 데이터북의 고장률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다만 고장률 예측모형을 통해 계산된 고장률 값은 너무 보수적으로 예측되어 실제값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도 현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고장률 데이터북은 필드에서 수집된 고장자료를 바탕으로 부품의 고장률 추정값을 부품 정보와 함께 제공하여, 신뢰도 예측모형이 존재하지 않거나 사용이 제한되는 경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고장률 데이터북은 미국 국방성의 RIAC(Reliability Information Analysis Center)에서 1981년과 1983년에 각각 발간한 EPRD(Electronic Parts Reliability Data)와 NPRD(Non-electronic Parts Reliability Data)가 있다. EPRD는 캐패시터, 다이오드, 집적회로 등 전기/전자 부품의 고장률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으며, NPRD는 액추에이터, 베어링, 브레이크 등 비 전기/전자 기계류 부품의 고장률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EPRD(Electronic Parts Reliability Data) 표지
NPRD(Non-electronic Parts Reliability Data) 표지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 구축
EPRD, NPRD와 같은 외국의 고장률 데이터북에서 제공되는 고장률 값은 국내와는 다른 외국의 운용환경 하에서 얻어진 고장자료에 바탕을 두고 있어, 그 값을 신뢰도 예측에 활용하는 것이 적합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신뢰도 예측의 정확도 향상을 위해 국내에서 운용되고 있는 무기체계의 고장자료를 바탕으로 고장률 데이터북을 구축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2025년, 현재 ‘RAM분석팀’에서는 각 군에서 운용 중인 주요 무기체계 83종에 대한 ‘야전운용제원 RAM 분석값’(이하 야전 분석값)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RAM분석팀에서는 2021년 고장률 데이터북의 개념연구를 시작으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동안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 구축을 추진하였다. 2022년에는 육군 장비 36종의 야전 분석값을 바탕으로 고장률 데이터북을 시범구축 하였으며, 2023년에는 대상을 확대하여 육·해·공군 장비 77종 대상으로 구축하였다. 2024년에는 3종의 장비를 추가하여 최종 80종 대상 고장률 데이터북을 구축하였으며, 2025년 2월 각 군과 방산업체 등을 대상으로 최초 배포하였다.
구축 절차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 구축을 위한 주요 절차는 아래 그림과 같다. 첫 번째 단계는 야전운용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로서 국방군수통합정보체계(DELIIS)로부터 운용되고 있는 무기체계의 운용이력, 정비이력, 수리부속교환이력 등이 수집된다. 수집된 자료는 RAM분석팀에서 운용하는 RAMDB(전수명주기 RAM 표준자료체계)에 저장된다.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 구축을 위한 주요 절차
두 번째 단계는 야전운용데이터를 분석하는 단계이다. RAMDB에 저장된 야전운용데이터는 분석전용 체계인 RAMVV(RAM 목표값 검증/평가 체계)에 제공되어 분석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 RAMVV는 수집된 기초자료에 대해 정제과정을 거쳐 품목별 신뢰도와 정비도를 산출한다. 세 번째 단계는 산출된 품목별 신뢰도(고장률) 자료를 활용하여, 고장률 데이터북에 수록할 품목을 선정하고 대분류, 중분류, 세분류, 운용환경, 전력분야 등으로 분류한다. 분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자동으로 분류하며, 자동분류되지 않는 품목들은 전문가에 의해 분류한다. 네 번째 단계는 품목분류에 따른 고장률을 산출하는 단계이다. 최하위 분류 수준인 세분류에 대한 고장률을 먼저 산출하고, 이를 이용하여 중분류, 그리고 대분류에 대한 고장률을 산출한다. 마지막 단계는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을 발간하는 단계로서 앞의 단계에서 계산된 품목분류별 고장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제공하는 단계이다. 2025년 2월에 배포된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에는 육군 42종, 해군(해병대 포함) 21종, 공군 17종 등 총 80개 무기체계의 27,174개의 고장자료가 포함되어 있다.
구성 및 기능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은 조회 기능을 제공하는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 S/W’에 탑재되어 제공된다. 해당 S/W에서는 하나의 조회화면을 제공하는데, 아래 그림과 같이, 분류트리 영역, 요약정보 영역, 상세정보 영역 등 3개 영역으로 구성된다.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 S/W의 조회화면
분류트리 영역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 생성 시 수집된 고장률 데이터의 품목은 유사한 종류로 그룹화되어 분류 처리되며, 이에 따라 분류트리 영역은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에서 관리되는 품목분류를 트리 형식으로 표시하는 영역이다. 품목분류는 대/중/세분류 등 3단계로 관리되며, 사용자는 해당 영역에서 원하는 품목을 검색할 수 있다. 분류(대/중/세)를 선택하면 해당 분류에 속하는 상세정보와 요약정보가 조회된다.
상세정보 영역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의 수집된 고장률 데이터는 상세정보 영역에서 조회된다. 상세정보에는 품목의 고장률 이외에 품목분류 정보(대/중/세), 품명, 국가재고번호(NIIN), 품번 등 품목을 식별할 수 있는 기본정보가 제공된다. 상세정보는 기본적으로 분류트리 영역의 분류를 선택하여 검색할 수 있으며 추가적으로 품목정보를 이용하여 상세 검색할 수 있다. 세부 항목에 대한 정보는 아래와 같다.
- 품목 기본정보 : 품목분류(대/중/세), 품명, 영문품명, 국가재고번호, 품번
- 고장률 정보 : 고장수, 운용시간, 권장 고장률, 고장률 상/하한값
* 권장 고장률 : 지수분포 가정으로 고장수와 운용시간으로 산출된 백만시간 기준 고장률
* 고장률 상/하한값 : 카이제곱 분포를 사용하여 신뢰수준 90%를 적용하여 산출
- 품목 참고정보 : 품목의 하위 품목수, 기능, 크기, 중량, 이미지 등
요약정보 영역
요약정보는 동일한 분류에 속하는 상세정보의 고장률 값들을 기하평균한 평균 고장률을 제공한다. 요약정보에는 품목분류, 운용환경, 전력분야 등으로 상세정보의 고장률을 단계별 그룹핑하여 통합된 고장률이 표시된다. 그룹핑은 아래의 항목으로 가능하며, S/W에서는 Drag&Drop을 통해 추가 또는 제외할 수 있다.
- 그룹핑 항목 : 대분류, 중분류, 세분류, 운용환경, 전력분야, 무기체계 분류, 국가재고번호
사용자는 검색을 원하는 품목과 유사한 품목이 상세정보에 없는 경우 요약정보의 평균 고장률을 참조하여 사용할 수 있다.
외국의 고장률 데이터북과의 특징 비교
외국의 고장률 데이터북인 EPRD, NPRD는 미국의 군수 시스템과 운용환경에 기반한 데이터로 국내 무기체계의 운용 조건과 차이가 크다. 또한, 데이터의 출처가 다양하여 자료가 동질적이지 않다는 문제점이 내재되어 있다. 자료의 비동질성 문제는 이 자료를 이용하여 신뢰도를 추정할 때 한계점이 나타날 수 있다. 이에 반해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은 사용된 데이터의 출처가 우리 군에서 운용되는 장비의 야전 분석값이어서 수집된 데이터가 동질적이며 우리 군 운용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EPRD, NPRD는 각각 1,720개, 1,605개의 품목 종류를 다루고 있다. 일부 조립체가 포함되어 있으나 저항, 캐패시터와 같은 소자, 최하위 품목 단위의 고장률을 제공하고 있다. 반면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은 우리 군에서 수행하는 정비 및 보급 수준의 품목들에 대한 고장률을 제공한다. 이에 따라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은 단품 이외에도 조립체에 대한 고장률 정보를 제공할 수 있어 EPRD, NPRD보다 많은 품목 종류를 제공한다.
현재 조립체 고장률을 계산하기 위해서는 조립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품의 고장률 값을 EPRD, NPRD 등으로부터 확보하고, 그 값들을 더하는 방법을 많이 이용하고 있다. 이 방법은 구성품들이 직렬로 구성되어 있으며 구성품의 수명분포가 지수분포를 따른다는 가정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조립체의 실질적인 구조는 구성품의 직렬구조가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경우 조립체의 고장률 값을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의 활용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 발전방향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은 우리 군 데이터를 사용한 최초의 고장률 데이터북이다. 우리 군에서 실제 무기체계를 운용하고 정비한 이력을 바탕으로 분석한 품목의 고장률 정보를 제공한다. 따라서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은 국내에서 운용되는 무기체계의 운영 환경을 고려하여, 더욱 정확하고 현실성 있는 신뢰도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현재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은 80종 무기체계의 야전운용제원 분석결과를 기반으로 구축되었으나, 향후 발전을 위해서는 지속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데이터의 신뢰성 강화가 필수적이다.
먼저 대상 확대를 위해 RAM분석팀에서는 장기적으로 ‘실시간 RAM 분석’ 기능을 개발할 계획이다. 현재 RAM분석팀은 제한된 인력여건을 고려하여, 매년 15종 무기체계에 대한 야전운용제원분석을 수행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매년 산출되는 15종에 대한 야전 분석값을 기반으로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을 매년 최신화하여 주기적인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AI 등 최신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 RAM 분석’ 기능을 개발하고 이를 활용하여, 최소 합참에서 관리하고 있는 주요 무기체계 110여 종에 대한 자동 분석을 수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고장률 데이터북이 자동으로 최신화될 수 있게 구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다음으로는 데이터의 신뢰성 강화를 위해 야전운용제원 분석기법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앞서 기술하였듯이, AI 등 최신기술을 활용하여 이상 데이터 식별, 데이터 보정의 자동화 등을 구현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의 신뢰성 강화를 위해 데이터 소스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의 데이터 소스는 야전 분석값이다. 야전 분석값 이외에도 품목의 수명시험 등 신뢰성시험 결과를 수집하여 반영할 예정이며, 철도와 같은 타 분야에서의 RAM 분석결과도 반영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RAM분석팀은 지속적인 연구와 관련 기관 협력을 통해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의 신뢰성을 지속해서 높여갈 계획이다. 우리 군 데이터를 활용한 한국형 고장률 데이터북은 신뢰성 있는 무기체계 획득과 실질적인 군수지원 최적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