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전략 자원, 희토류의 정체와 역할
현대 첨단무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희토류는 이름과 달리 희귀한 자원이 아니다. 주기율표상 란타넘족 15개 원소와 스칸듐, 이트륨 등 총 17개 원소를 지칭하며, 이들 원소는 고유한 자기적, 광학적, 전기화학적 특성을 바탕으로 국방, 항공, 전자 산업의 기반이 되는 핵심 소재로 평가된다.
전투기의 스텔스 코팅, 야간 투시경, 위성 통신장비, 정밀 유도무기 등 다양한 군사 기술에 필수적으로 활용되며, 민간 분야에서도 스마트폰, 전기차, 풍력발전기 등에 폭넓게 쓰이고 있다. 특히 미국의 F-35 스텔스 전투기에는 기체 한 대당 약 420kg에 달하는 희토류가 탑재된다. 이는 희토류가 단순한 금속 자원이 아니라 무기체계의 생존성과 작전 능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원임을 의미한다.
그림 1. 미군 무기에 들어가는 희토류
무기체계에 쓰이는 주요 희토류 원소와 활용 사례
희토류는 주기율표상 란타넘족 15개 원소와 이와 화학적 특성이 유사한 스칸듐, 이트륨을 포함한 17개 원소를 의미한다. 희토류는 농도가 낮고 분리·정제가 어려워 경제적 채산성이 낮아 전략적 자원으로 분류된다. 희토류는 원자량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표 1. 경희토류 및 중희토류
| 구분 |
경희토류 |
중희토류 |
| 특징 |
비교적 매장량이 많고 채굴이 용이하다. |
매장량이 적고 정제 난이도가 높아 전략적 가치가 높다. |
| 종류 |
- 란타넘
- 세륨
- 프라세오디뮴
- 네오디뮴
- 프로메튬
- 사마륨
- 유로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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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돌리늄
- 터븀
- 디스프로슘
- 홀뮴
- 에르븀
- 툴륨
- 이테르븀
- 루테튬
- 이트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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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경희토류 및 중희토류
희토류는 원소별로 특성이 달라 특정 무기나 부품에 최적화되어 활용된다. 다음 표는 국방산업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7개 희토류 원소와 그 활용 기술, 실제 적용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그림 2. 희토류의 군사적 활용 사례
그림 3. 무기체계에 적용되는 희토류 종류 및 영향성 예시
미·중 및 일·중 분쟁에서 드러난 공급망 위협
2010년 일본과 중국 간 센카쿠 열도 충돌 사건 이후,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며 첫 번째 ‘희토류 무기화’ 사례를 보여주었다. 2010년 9월, 일본이 센카쿠 열도 인근에서 중국 어선을 나포하면서 외교적 갈등이 격화되었다. 이후 중국은 공식 발표 없이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사실상 중단하였다. 일본은 전체 수입의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전자, 자동차 산업은 즉각적인 공급 차질과 가격 폭등으로 타격을 입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일본은 희토류 재활용, 공급선 다변화, 전략 비축에 착수하게 된다. 일본은 이후 구조적 대응에 착수하였다. 우선 베트남 호주 등과 지원 협력 강화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축소하였으며, 재활용 기술 개발을 통해 전자제품에서 희토류를 회수하였다. 또한, 정부-기업 공동 투자 확대를 통해 희토류를 확보하였다.
2019년에는 미·중 무역전쟁 속에서 중국이 미국을 향해 희토류 수출 통제를 암시하였다. 미국 역시 전체 희토류 소비량의 대부분을 중국산에 의존하고 있었고, F-35 생산 지연 가능성까지 거론되며 국방 안보 이슈로 비화되었다.
표 3. 중국의 수출규제대상 중희토류 7종
| 구분 |
분야 |
응용 |
| 사마륨(Sm) |
사마륨코발트 영구자석(군사용) |
군사용 전기모터, 미사일유도장치 |
| 가돌리늄(Gd) |
화학 복합체 |
MRI 조영제 |
| 터븀(Tb) |
네오디뮴 영구자석(상업용), 디스플레이 |
전기차 구동모터, TV스마트폰 |
| 디스프로슘(Dy) |
네오디뮴 영구자석 (상업용) |
전기차구동모터, 풍력터빈 발전기 |
| 루테튬(Lu) |
첨단 촉매 |
고정밀 광학렌저, 군사용 레이더 |
| 스칸듐(Sc) |
알루미늄스칸듐 합금 |
우주항공부품 |
| 이트륨(Y) |
고강도 레이저, 강화 세라믹 |
의료용 레이저, 방탄조끼, 장갑차 |
표 3. 중국의 수출규제대상 중희토류 7종
수출 통제가 초래할 잠재적 위험성
전 세계 희토류의 정제, 자석 생산 공정은 대부분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이로 인해 중국이 단기간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할 경우, 서방 국가는 무기 생산에 필수적인 자재 확보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방산 업체들은 “중국산을 배제하면 대체 체계를 구축하는 데 수년이 소요된다.”고 경고한 바 있다.
희토류 생산은 환경오염과 직결된 정제 공정을 포함하고 있어, 환경 규제가 엄격한 국가일수록 생산 확대가 어렵다. 이에 따라 세계는 현재 희토류 공급망이 하나의 장애점만으로도 붕괴 가능한 위험 구조, 즉 단일 장애점(single point of failure)에 노출되어있는 셈이다.
그림 4. 세계 희토류 매장량과 생산량(출처: 중앙일보)
국내 무기체계 (희토류) 공급망 위험 분석 및 대응사례
대한민국은 최근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19년), 코로나 팬데믹(’20년), 요소수 대란(‘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22년) 등 글로벌 공급망 교란 사태를 겪으며 공급망의 불안정성이 산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 국가 경제안보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공급망 위기는 개별 기업의 자율적 대응만으로는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고, 국가 차원의 선제적·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이에 우리 정부는 핵심품목 수급 안정, 위기 대응체계 구축 및 범정부 협력 기반의 공급망 관리 정책을 추진해오고 있다. 특히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 및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지원 기본법」, 「국가자원안보 특별법」 이른바 ‘공급망 3법’을 제정하여 국가 공급망 위기관리 체계와 정책 추진 프레임워크를 제도화하였다.
이러한 정책 기조하에 기품원은 2024년부터 무기체계 공급망 위험에 대한 체계적 조사·분석을 수행하는 한편, 식별된 위험 요인에 대해 관계기관 및 업체와 연계한 사전 대응, 대체품 검토, 공급 모니터링 등 위기·위험 대응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핵심 원자재 및 전략 자원의 해외 의존 구조와 수급 변동성이 무기체계 전력화 및 안정적 양산에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여, 글로벌 공급이 특정 국가에 집중된 희토류를 중점 관리 대상으로 식별하였다.
희토류는 정밀유도장치 및 레이더, 통신장비 등 다수의 첨단 무기체계 구성품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핵심 전략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는 상업적 채굴 기반이 사실상 부재하고 고순도 분리·정제 기술 또한 제한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 결과 원광 채굴은 물론 산화물 및 금속 단계까지 해외 의존도가 높으며, 특히 중국에 의존이 집중되는 구조적 취약성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주요 공급국(중국)의 수출 허가제 강화와 물량 통제 조치 등은 가격 급등과 납기지연으로 이어져 왔으며, 이는 무기체계 양산 일정과 전력화 계획에 병목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전략적 리스크로 평가된다. 이러한 환경을 고려하여 희토류 관련 공급망 현황과 잠재적 수급 차질 요인을 중점 조사·분석 범위로 설정하였다.
희토류 공급망 영향성 조사결과, 무기체계 내에서 다수의 희토류가 식별되었으며, 주요 포함 희토류는 사마륨,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등이 있었고 모터, 팬, 송풍기 등에 사용되는 영구자석 91종(50품목)을 식별하였다. 그중 일부 품목(44품목)은 특정 공급처 의존도 및 장기 납기 구조로 인해 향후 수급 불안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식별되어 체계(업체)별 대안을 모색하였다.
OO체계의 경우, 디스프로슘(Dy) 대응 민수 기반 모터 재설계, 저마늄(Ge)을 대체하기 위하여 대체소재를 활용한 열상 광학 장치 재설계 등의 희토류 공급망 위험 완화 방안을 검토 및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도 중장기 전략으로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 및 비축 역량 강화, 전략 비축 확대 등 공급망 안정성 제고를 위한 정책적 위기 대응을 병행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에서의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한 해법
희토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 미국 등 주요 국가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미국은 희토류 공급망을 중국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다각적 전략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자국내 채굴, 정제, 자석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자국 기업에 대한 재정 지원을 통해 채굴-분리-제조 까지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추진 중이다. 일본은 정부가 호주 lynas 투자, 재활용 설비 구축, 비축, 대체 기술 연구를 통해 공급망 확보 중이다.
그림 5. 일본의 희토류 위기 대응 흐름도
떠오르는 공급망, 브라질
브라질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희토류 매장량을 보유한 나라이며, 현지 기업이 현재 희토류 산화물을 생산하며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하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정제 및 가공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 세제 혜택과 금융 보증 등 산업 인센티브를 검토하며 단순 원광 수출을 넘어서 부가가치 사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이 희토류 시장의 생산정제가공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브라질을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대안 공급처로 자리매김하고자 하는 국제적 전략과 맞물려 있으며, 미국-EU-일본 등 서방국들이 브라질 자원 개발에 투자하거나 협력강화에 나서는 배경이 되고 있다.
현재 한국도 희토류 확보를 위하여 브라질과의 무역협정을 통해 핵심 광물에 대한 협력 강화방안을 논의 중이다.
맺음말: 자립적 공급 체계를 향한 전략적 전환
희토류는 단순한 소재를 넘어선 전략 자원이다. 전 세계 방위산업은 공급망 취약성이라는 보이지 않는 위협 속에서 작동하고 있으며, 이를 방치할 경우 수출 통제는 언제든 안보의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공급선 다변화, 대체 기술 개발, 전략 비축과 같은 종합 전략을 조기에 추진해야 하며, 국제적인 연대와 기술 공유를 통한 다자 협력 또한 병행되어야 한다. 희토류 전쟁은 단순한 자원 문제가 아니라, 미래 안보와 산업 주권의 향방을 가르는 시험대에 해당한다. 이제는 전략적 사고와 기술 자립의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