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 장영실함
잠수함 속에 되살아난 장영실의 기술혼
장영실함은 지난 2019년 10월 건조계약을 체결한 이후, 2021년 착공식과 2023년 기공식을 거쳐 2025년 10월 진수식을 갖게 되었다. 진수식은 함정 건조 시 선체를 완성하여 처음 물에 띄울 때 거행되는 의식이다. 또한, 함정을 물에 띄우면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19세기 초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진수식을 주관한 것을 계기로 대모가 손도끼로 진수줄을 절단하며, 새로 건조된 함정의 안전과 성공을 기원한다. 갓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자르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장영실함의 진수줄이 손도끼로 절단되자, 우렁찬 기적소리가 진수식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장영실함 사업 추진 경과
- ’00. 중기 신규 소요결정(제000차 합동참모회의)
- ’00. ∼ ’00. 탐색개발 수행
- ’00. 기본설계 시험평가 결과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 ’00. 체계개발(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계약
- ’00. 생산준비검토회의(PRR) 및 선도함 착공(Steel Cutting)
- ’00. 시험평가 착수
- ’00. 함 인도(예정)
장영실함 명명과 상징성
장영실은 혼천의, 자격루, 앙부일구 등을 제작하였고, 조선 세종 시기 혁신적인 과학기술을 구현한 인물이다. 하늘과 시간을 잇는 정밀기계를 통해 과학기술의 본질을 구현하고자 노력하였고, 오늘날 그의 정신은 비대칭 전략무기인 한국형 잠수함이라는 정밀 무기체계 속에서 되살아났다. 잠수함은 수중이라는 극한의 환경에서 운용되기 때문에 고도의 신뢰성을 갖추어야 한다. 이는 장영실이 추구한 정확성과 실용성이라는 가치와 본질적으로 닮아 있다.
장영실은 천문학을 연구한 과학자이자, 실질적 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도구를 만든 발명가이자, 기술적 완성도를 추구한 기술자이자, 조선의 과학과 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추구한 과학기술의 혁신가이다. 대한민국 잠수함에 장영실의 이름을 부여한 것은 첨단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자주국방의 의지를 함축하고 있으며, 우리 해군이 기술 자립과 방위산업 발전을 통해 미래 해양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국가적 메시지를 대내외에 천명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장영실의 도전정신과 한국 잠수함 역사의 공명
장영실은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하였다. 그는 자신의 지식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노력하였다. 신분적 한계라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여 수많은 업적을 이룩하였다. 이는 장영실의 뛰어난 재능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잠수함 역사를 살펴보면 이와 유사한 것을 알 수 있다.
1987년, 대한민국의 해군과 함정 건조업체 엔지니어들이 잠수함 명가인 독일 HDW社(現 tkMS社)로 파견되었다. 잠수함 건조를 위한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서였다. 당시 독일은 잠수함 설계 및 건조능력을 갖추고 있었으며, U-보트를 건조하여 실전 전투 경험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우리나라의 잠수함 기술은 독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격차가 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견된 인력들의 끈질기고 치밀하며, 성실이라는 단어로도 부족할 치열한 도전정신으로 그 간극을 매워가기 위한 초석을 마련하였다.
그 결실로 1991년 대한민국 최초의 잠수함인 장보고-I급(1,200톤급) 장보고함이 독일에서 진수되었고, 대한민국이 인수하여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세계에서 43번째 잠수함 보유국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어서 1994년 두 번째 잠수함인 이천함이 국내에서 면허생산으로 최초 건조되어 취역하였고, 이는 잠수함 국내 건조의 출발점을 알리는 이정표가 되었다. 이후 장보고-I급 잠수함은 총 9척으로 건조를 마치고, 2007년 장보고-II급(1,800톤급) 잠수함인 손원일함의 취역을 시작으로 1,200톤급 잠수함을 넘어 1,800톤급 잠수함의 국내 건조 기술을 갖추게 되었다. 장보고-II급 잠수함은 2019년까지 총 9척이 국내에서 건조를 마치고 취역하여 현재까지도 대한민국 영해를 굳건히 수호하고 있다.
장보고-I 및 II급 잠수함은 독일 HDW社의 설계 및 대부분의 자재를 공급받고, 일부 자재를 국내 생산하여 건조 및 체계통합만 수행하는 기술협력생산 형태로 진행하였다. 그러나, 2007년 12월부터 기본설계에 착수하여 2021년 8월 시험평가 완료 및 선도함(도산안창호함) 인도까지 약 14년에 걸쳐 진행된 장보고-III Batch-I(3,000톤급) 사업을 통해 국내 건조 뿐만 아니라 국내 독자 기술로 잠수함을 설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2021년 8월, 도산안창호함을 해군으로 인도하면서 독자 설계·건조를 통해 중대형 잠수함을 획득한 세계 8번째 국가가 되었다.
아울러, 2021년 9월, SLBM(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성공적 발사를 통해 세계에서 7번째로 SLBM 보유국이 되었다. 독일로 기술전수를 위해 인력을 파견한지 불과 35년만에 이루어낸 쾌거이다. 대한민국 잠수함 기술의 도전정신이 실체로 구현된 역사적 순간이었다. 장영실이 혼천의와 자격루를 통해 하늘과 자연의 질서를 정밀하게 구현했던 것처럼, 오늘날 대한민국은 잠수함이라는 복합 무기체계를 통해 수중에서의 물리법칙과 기계공학, 전자공학, 전기공학, 해양공학, 재료공학, 제어공학 등 수많은 분야의 과학 그리고 공학을 정밀하게 통합해냈다.
無에서 有로의
창조의 역사 3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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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 독일 HDW社로의 잠수함 전문인력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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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1년
- 장보고-Ⅰ급 잠수함 선도함 독일 진수
(세계에서 43번째 잠수함 보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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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 장보고-Ⅰ급 잠수함 2번함 이천함 취역
(국내 최초건조 잠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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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 장보고-Ⅱ급 잠수함 선도함 취역
장보고-Ⅲ Batch-Ⅰ (3천톤급) 기본설계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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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 장보고-Ⅱ급 잠수함 총 9척 해군 인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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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 장보고-Ⅲ Batch-Ⅰ 선도함(도산안창호함) 인도 및 SLBM 시험발사 성공(8번째 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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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 장보고-Ⅲ Batch-Ⅰ(3천톤급) 총 3척 해군 인도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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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 장보고-Ⅲ Batch-Ⅱ 선도함(장영실함) 진수식
대한민국의 민·군·관의 수많은 잠수함 관계자의 정신적 기반에는 불가능에서 가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정과 도전정신이 있었고, 이는 장영실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많이 닮아있다. 그 도전의 역사와 유전자가 장영실함 진수식을 통해 공명하는 순간을 맞이하였다.
장영실함이 완성한 장보고-III급 잠수함 기술의 진화
장영실함은 대한민국이 축적해 온 잠수함 독자 설계 역량이 완숙 단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체이다. 외형적으로는 도산안창호함 대비 함 길이 증가 및 배수톤수가 증가되었다. 장영실함은 도산안창호함의 기본 플랫폼 형태는 유지하되, 에너지 체계, 무장 타격능력, 소음 저감, 전투체계 및 소나체계 성능 개선, 보조추진기 적용, 국산화율 향상 등 핵심 분야에서 업그레이드를 달성하였다. 이처럼 장영실함은 에너지 체계부터 무장까지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성능이 개선되어 전략적 억제전력으로써의 임무를 더욱 굳건히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도산안창호함이 한국형 잠수함 기술의 기초를 마련했다면, 장영실함은 그 토대 위에서 진화된 전략 플랫폼으로 도약하였다고 할 수 있다.
리튬전지체계 탑재를 통한 수중작전 능력 강화
장보고-III Batch-I급 잠수함 대비 장보고-III Batch-II 선도함인 장영실함에서 성능이 가장 크게 개선된 부분은 잠항능력이다. 이러한 잠항능력 향상을 통해 수중작전일수가 증가하였으며, 이는 리튬전지체계 탑재로 가능하게 되었다. 리튬전지체계는 2016년도부터 국산화 개발을 시작하여 성능입증시험, LBTS (Land Based Test Site)를 통한 추진체계와의 다양한 체계연동 성능 검증 과정을 거쳤다. 뿐만 아니라 단락, 과열, 침수, 폭발 등에 대응하여 다중 안전장치를 적용하였고, 침수시험, 충격시험, 연소시험, 열 노출 시험 등 엄격한 검증을 통해 신뢰성과 안전성을 확보하였다.
그림 3. 리튬전지체계
대한민국에서 운용하고 있는 장영실함 이전의 잠수함에서는 납축전지를 적용하였다. 리튬전지체계는 납축전지 대비 에너지 밀도가 높아 동일 체적 기준으로 더 많은 전력을 저장할 수 있고, 충·방전 효율이 뛰어나 장시간 고속 운항에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하며, 충전시간도 짧다. 또한 리튬전지체계와 함께 공기불요추진체계(AIP)를 동시에 사용하여 수중작전 지속능력을 극대화 하였다. 이처럼 리튬전지체계 탑재를 통해 장영실함의 은밀성이 강화되고, 작전 운용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수직발사관 문수 증가를 통한 무장능력 강화
SLBM은 현대 해군력의 상징이자, 국가 전략 억제체계의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SLBM은 잠수함의 은밀성과 기동성을 이용하여 발사되는 탄도미사일로써 적의 감시망을 회피한 상태에서 장거리 표적 타격이 가능한 무기체계이다.
그림 4. SLBM 시험발사
SLBM은 보이지 않는 억제력의 대표적 형태이며, 상대의 선제공격 의지를 억제하는 수단으로 발전했다. 이러한 이유로 SLBM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제한된 국가만이 보유한 고급 전략자산으로 분류된다. 이러한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이 장보고-III Batch-I급 잠수함의 6문 대비 10문으로 증가되어 보다 강력한 핵심표적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소음저감을 통한 은밀성 극대화
함의 소음과 진동을 감소시키는 탄성플랫폼 보강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하여 잠수함의 은밀성을 향상시켰다. 소음 저감 기술은 공학적 설계, 해석, 계산, 계측이 수반되어 도출되지만, 경험적인 요소, 즉 노하우도 무시 못할만큼 크게 작용하는 영역이다. 장보고-III Batch-I급 잠수함 등 건조 과정에서 체득한 다양한 소음 저감 방안을 장영실함에 적용하여 은밀성을 극대화하였다. 향후 진행되는 시험평가 과정에서 수중방사소음, 자체소음 계측 등을 통해 장영실함의 소음 수준을 최종 확인 예정이다.
전투체계 및 소나체계 성능개선으로 표적 탐지, 처리능력 향상
잠수함의 두뇌라고 할 수 있는 전투체계의 정보처리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연동대상 장비가 추가되었으며, 지상파항법장비, Link-22 등 신규 항해·통신 탑재장비를 추가 연동하여 작전능력을 강화하였다.
그림 5. 전투체계 및 소나체계 성능개선
아울러, 잠수함의 눈과 귀라고 할 수 있는 소나체계도 성능이 크게 개선되었다. 함수수동소나가 원통형에서 말굽형으로 변경되었고, 선측배열소나의 길이가 증가되면서 표적 탐지능력과 정확도가 향상되었다. 아울러, 기존에 프랑스 THALES社로부터 공급받던 기뢰회피소나를 국산화하여 국산화율 향상에 기여하였다.
국산화율 향상
장보고-III Batch-I급 잠수함의 국산화율은 약 76%이다. 장영실함을 통해 리튬전지체계를 포함하여 음향측심기, 음탐기비콘, 발사형 수중환경측정장비, 통합양강마스트 제어단 등 주요 탑재장비를 국산화하여 국산화율 8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항해에 필수적인 핵심 장비이나 그간 해외 구매에 의존하고 있던 항해레이더 역시 부품 국산화 사업을 통해 국산화가 추진되고 있다. 장영실함의 국산화 확대를 통해 해외 공급업체에 대한 기술 의존도를 해소하고, 후속군수지원의 적시성과 운영 유지의 편의성을 높였다. 국산화율 향상은 설계·제작 기술의 축적과 수출 경쟁력 확보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 탑재장비의 성능개선 달성
장보고-III Batch-I급 잠수함 체계개발 당시, 도급연구개발을 통해 다양한 탑재장비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하였다. 장영실함에서는 해당 탑재장비 중 일부의 성능개선을 추진하였다. 장영실함을 통해 기존 장보고-III Batch-I급 잠수함 대비 저압빌지펌프, 수평발사체계 등 탑재장비 10여종의 성능개선을 달성하였다.
그 밖의 발전사항
보조추진기 탑재를 통해 주추진기의 고장과 같은 비상상황에서도 기동이 가능하도록 하여 생존성을 향상시키고, 필요 시 입출항 및 계류지원이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한 추진계통 장비 상태정보의 실시간 감시를 통해 이상현상을 감지하고 진단하는 상태기반 정비개념을 도입하여 정비성과 운용성 향상을 도모하였다.
장영실함 건조를 지탱한 정부품질보증의 힘
정부품질보증 실적 기반의 과학적 업무 수행
국방기술품질원은 장보고-I 성능개량, 장보고-II, 장보고-III Batch-I 등 현재 대한민국 해군이 운용하고 있는 잠수함 전체 타입에 대한 정부품질보증 실적이 있다. 또한 체계개발 함정의 시험평가 단계, 양산 함정의 시운전 단계에 모두 참여하여 정부품질보증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장영실함의 최초 계약단계부터 참여하여 보고서, 구매요구사양서, 제작규격, 국방규격 등 수많은 설계자료에 대한 기술검토를 수행하였으며, 우수한 품질의 잠수함이 설계단계에서부터 구현될 수 있도록 선제적, 예방적 품질보증 업무를 수행하였다.
장보고-III Batch-I 사업 총 3척의 경우, 국내 최초 독자 설계하는 사업 특성상 일반 수상함 대비 강화된 정부품질보증이 요구되어 관련기관(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해군, 함정 건조업체 등) 품질보증 관련 현안회의를 통한 협의 후 全 품목 검사 수행하였다.
아울러, 함정 인도 이후에도 보증수리, 인도 후 수리, 사용자불만 처리 업무 수행을 국방기술품질원 주관으로 수행하며 한국형 잠수함의 全 순기에 대한 정부품질보증을 수행하고 있다. 본 과정에서 축적된 시정조치, 결함, 사용자불만 등 품질 데이터 4천여 건을 활용하여 위험 발생빈도 및 위험 영향성에 대한 분석을 수행하였고, 장보고-III Batch-II 사업에서는 실질적인 품질 위험요소를 식별하고 평가하여 집중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품질관리지원팀(QMST, Quality Management Support Team) 운영
국방기술품질원은 방위사업 품질관리규정에 따라 체계개발단계 품질을 확보하기 위하여 품질관리지원팀을 운영하고 있다. 본 사업은 연구개발 총 사업비와 기술적 위험성을 고려하여 품질관리수준(LQM, Level of Quality Management) III에 해당하여 품질관리지원팀을 구성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
개발단계 품질현안 추적관리, 산출물 검토 및 합치성 확인, 품질통제점(QCG, Quality Control Gate)별 검토항목에 대한 점검을 수행하였다. 특히 품질통제점의 경우 CDR 단계에서는 QCG 1 점검 수행(2020.6월~2021.1월), TRR 단계에서는 QCG 2 점검을 수행(2024.4월~12월)하였다. 품질 시스템 관점의 접근을 통해 각 검토항목에 대한 점검을 수행하였다.
그림 6. 품질관리지원팀 QCG 점검 결과보고서
QCG 1은 6개 분야에 대한 검토를 수행하였으며, 해당 분야는 설계 성숙도, 형상관리 업무체계, 선도함 건조 준비, 선도함 품질보증 활동 준비, 시험평가, 위험관리 분야이다. 총 41개 검토항목에 대해 점검하였으며, 위험 수준 ‘상’ 0건, ‘중’ 8건, ‘하’ 33건으로 도출되었다. 권고/보완요구사항은 총 40건을 식별하였다.
QCG 2는 5개 분야에 대한 검토를 수행하였으며, 해당 분야는 시험평가 준비 상태, 형상관리 상태, 생산 및 품질관리 성숙수준, 선도함 건조 및 품질문제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및 관리 수준 분야이다. 총 30개 검토항목에 대해 점검하였으며, 위험 수준 ‘상’ 0건, ‘중’ 8건, ‘하’ 22건으로 도출되었다. 권고/보완요구사항은 총 32건을 식별하였다. QCG 1 및 QCG 2 점검 수행을 통해 식별된 모든 권고/보완요구사항에 대하여 함 건조 수행 간 지속 관찰 및 점검을 수행하였으며, 특이사항 없음을 최종적으로 확인하였다.
품질관리지원팀 운영을 통해 체계공학(SE, System Engineering) 주요 절점과 연계하여 품질 시스템 관점의 검토항목별 위험도를 평가하고, 추적 관리함으로써 체계개발 진행 간 발생하는 품질문제가 이후의 시험평가, 규격화 단계까지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체계를 마련하였다. 나아가 장영실함 이후의 양산단계 함정인 장보고-III Batch-II 2, 3번함 건조단계로의 품질문제 전이도 방지하였다.
한국형 잠수함, 환류체계로 완성되는 신뢰성
국방기술품질원은 장영실함의 모태가 되는 장보고-III Batch-I급 잠수함의 실제 운용 단계에서 발생한 사용자불만 사항을 환류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 사용자불만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원인을 식별하여 방위사업청, 해군, 함정 건조업체와의 협조를 통해 장영실함에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운용 현장에서 발생한 사용자불만의 원인을 단순 결함이 아닌 설계, 제작, 검사, 운용 단계의 全 주기적 요인으로 구분하여 문제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하였으며, 장영실함에 개선 반영이 가능한 사항은 최대한 반영하여 예방적 품질보증으로 확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였다.
국방기술품질원이 수행한 사용자불만 환류 업무는 단순한 사후조치가 아니라 한국형 잠수함 품질의 미래를 선제적으로 관리하는 예방적 품질보증 업무의 핵심 축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업무는 계약부터 운용단계까지까지 잠수함의 품질을 책임지는 국방기술품질원의 고유 업무이다. 본 환류체계를 통해 향후에도 한국형 잠수함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해군이 신뢰할 수 있는 잠수함을 지속적으로 건조하고 발전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형 잠수함 발전을 위한 다양한 노력
국방기술품질원은 장영실함의 무결점 품질 확보를 위한 노력 뿐만 아니라 한국형 잠수함의 발전을 위하여 다양한 분야에 힘쓰고 있다.
첫째, 한국형 잠수함의 운항 안전성 분야이다. 운항 안전 확보를 위한 잠수함 감항성에 대한 정책연구를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탁받아 2021년, 2024년 2회 수행하였다. 해당 연구를 통해 잠수함 감항성 관련 업무 수행을 위한 절차, 기준 설정 등 토대를 마련하였다. 2025년에는 방사청 예규「잠수함 감항성 관리 세부지침」제정에 적극 참여하여 구체적인 업무 수행을 위한 근거를 마련하는데 기여하였다. 2026년부터는 국제함정안전협회(INSA) 가입국으로써 영국, 독일, 캐나다 등 12개국과 영국선급(LR), 미국선급(ABS) 등 9개 주요 선급협회와의 지속적 기술교류, 워킹그룹 참여를 통해 잠재적 수출 상대국과의 국제협력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둘째, 잠수함 시운전 제도 분야이다. 잠수함 전력의 신속한 전력 획득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2022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잠수함 시운전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를 수탁받아 수행하였다. 다양한 잠수함에 대한 시운전 정부품질보증 업무 경험, 노하우와 전문성을 바탕으로 시운전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하였으며, 2025년에는 방위사업청 예규 「잠수함 시운전 지침」제정에 적극 참여하여 양산 잠수함이 효율적이고 신뢰성 있게 시운전이 수행될 수 있도록 기틀을 마련하는데 기여하였다. 향후 장영실함의 후속함인 장보고-III Batch-II 2번함부터는 연구결과 및 규정을 바탕으로 방위사업청, 해군, 함정 건조업체와 협조하여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해 나갈 예정이다.
셋째, 차기 잠수함 전력 발전 방향 연구 분야이다. 2025년 방위사업청과 해군의 요청에 따라 본 연구를 수행하였다. 안보환경을 고려한 미래 잠수함 전력건설 방향, 잠수함 산업기반 유지, 주요 국가 잠수함 전력발전 방향 조사 등을 수행 및 연구하였다. 본 연구를 통해 주요 잠수함 운용국 대비 수십년 간 우위를 점함과 동시에 함선령 고려 2060~2070년대까지 안정적으로 작전운용이 가능한 차기 잠수함 획득을 위한 참고사항을 제언하였다.
넷째, 잠수함 주요안전품목(CSI, Critical Safety Item) 분야이다. 잠수함은 높은 수압의 수중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운용되고, 시스템이 복잡함에 따라 탑재 구성품의 이상 발생 시 인명손실 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잠수함의 운항 안전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다. 주요안전품목에 대한 엄격한 관리는 이를 위한 효과적 대응방안이 될 수 있다. 이에 국방기술품질원은 한국형 잠수함 주요안전품목 도출을 위한 LLM 모델을 개발하였다. 잠수함 전문가가 직접 프롬프트를 설계하고, 학습 데이터 및 학습 우선순위를 선정하여 방대한 정보의 누락없는 검토 달성, LLM 추론 근거의 추적성 및 설명 가능성 확보, 전문가 경험의존 및 주관성을 해소하였다. 향후 본 연구를 지속 고도화하고 잠수함 감항성 관리 업무와 연계하여 국제적 수준의 안전성이 확보된 한국형 잠수함 획득에 기여하는데 힘쓸 것이다.
장영실함의 진수는 단순한 함정 한 척의 탄생을 넘어, 한국형 잠수함 기술이 자립의 궤도에 오른 역사적 순간이었다. 캐나다, 영국, 사우디, 폴란드 등 세계 각국의 주요 인사들이 진수식에 참여하여 장영실함의 진수를 목격하였다. 한국형 잠수함 기술이 세계 무대에 당당히 올라서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잠항능력 향상, 은밀성 향상, 그리고 체계통합 기술 고도화 등은 한국 잠수함 기술이 더 이상 추격자가 아닌 선도자임을 보여준다.
장영실함은 한국 해군의 핵심 전력이 될 것이며, 동시에 세계가 주목하는 무기체계가 되었다. 폴란드, 캐나다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이 한국형 잠수함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장영실함을 통해 구현된 기술력과 신뢰성은 곧 한국형 잠수함의 세계적 경쟁력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깊은 바다 속에서 되살아난 장영실의 숨결과 혼은 이제 바다를 넘어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 그 정신은 한국형 잠수함이 나아가는 앞으로의 항로 위에서, 도전과 혁신의 물결로 끝없이 이어질 것이다.
기고문을 작성하고 있는 이 순간, 2027년 9월, 장영실함이 해군으로 무사히 인도될 때까지, 소명의식, 전문성, 열정을 가지고 국방기술품질원에 주어진 역할을 끝까지 책임감으로 완수하여 최고의 품질로 해군에 인도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진다.
2023년 4월, 안무함을 해군에 인도하면서 저자가 기고하였던 “장보고-III Batch-I 최초양산 안무함, 출동 준비 끝!” 기고문의 한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현장의 최일선에서 품질이라는 타협할 수 없는 무기체계의 가치를 수호한다는 자긍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오늘도 묵묵히 바다 속과 육지를 넘나들며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