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전장, 대포병탐지레이더의 중요성
현대 전장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속도와 정밀성을 요구하는 고도화된 화력전 양상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전장에서 적의 포병 위협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은 전장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대포병탐지레이더는 적이 발사한 포탄의 궤적을 실시간으로 탐지하고 추적하여, 그 발사 원점을 역산해내는 '대화력전의 눈' 역할을 수행한다. 이 핵심 정보는 아군 포병 부대에 즉각적인 타격 정보로 제공되어 효과적인 제압 사격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궁극적으로 적의 기습적인 포격 도발로부터 아군의 생존성을 보장함과 동시에, 전반적인 방어 및 공격 능력을 강화하는 필수전력으로 평가된다.
특히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인접한 지리적 특성상 적의 장사정포 위협에 상시 노출되어 있다. 적의 장사정포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적 화포의 원점을 빠르고 정확하게 찾아내는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단급 대포병탐지레이더는 이러한 전략적 필요성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군사 장비의 도입을 넘어, 국가 안보와 국민의 생명 및 주요 기반 시설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적인 방어 수단으로서 우리 군의 안보 역량 강화를 위한 기반이 되고 있다.
우리 군은 1990년대부터 미국 휴즈사의 AN/TPQ-36과 AN/TPQ-37 레이더를 운용해왔다. 이들 레이더는 탐지거리가 제한적(TPQ-36 약 24km, TPQ-37 약 50km)이고, 동시 추적 표적 수가 분당 10개로 적었으며, 견인식으로 기동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2010년 연평도 포격전 사례는 기존 레이더의 문제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당시 TPQ-36 레이더는 초기 부팅에 약 20분이 소요되어 긴급 상황에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웠고, 잦은 고장과 노후화된 진공관 계열 부품 사용으로 24시간 가동 환경에서 운용 유지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경험은 군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더 신뢰성 있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차세대 대포병탐지레이더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였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증강된 적 포병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노후화된 TPQ-36/37을 대체할 새로운 사단급대포병탐지레이더의 국내 연구개발이 필요하였다.
사단급 대포병탐지레이더, 첨단 기술의 집약체
새롭게 개발되는 사단급대포병탐지레이더는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래 전장 환경에 최적화된 첨단 기술의 집약체이다.
사단급대포병탐지레이더 형상(ⓒLIG넥스원)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GaN 소자 적용
사단급 대포병탐지레이더는 현대 레이더 기술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 방식을 채택하였다. AESA 레이더는 수천 개의 독립적인 송수신 모듈(TRM)로 구성되어 레이더 빔을 기계적인 움직임 없이 전자적으로 조향할 수 있다. 이러한 특성은 동시에 여러 표적을 탐지하고 추적하는 다기능성을 제공하며, 빔 조향 속도가 매우 빨라 급변하는 전장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또한, 각 모듈이 독립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일부 모듈이 고장 나더라도 전체 시스템의 기능이 유지되어 생존성이 크게 향상된다. 나아가 AESA 레이더는 적의 전자전 공격에 대한 뛰어난 대응 능력(대전자전 능력)을 보유하여, 적의 방해 전파 속에서도 안정적인 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특히, 송수신 모듈에는 차세대 반도체 소재인 질화갈륨(GaN) 소자가 적용되었다. GaN 소자는 기존에 널리 사용되던 갈륨비소(GaAs) 소자 대비 7배 이상의 높은 전력 밀도와 전력 효율을 자랑한다. 이는 레이더의 송신 출력을 극대화하여 탐지 거리를 늘리고 탐지 성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시스템의 소형화 및 경량화에도 크게 기여한다. 이러한 기술적 진보는 레이더의 전체적인 성능 향상은 물론, 운용 편의성과 전술적 유연성 증대에도 직결된다. AESA와 GaN 기술의 결합은 단순한 개선을 넘어선 기술적 도약을 의미하며, 이는 대한민국이 레이더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첨단 기술의 적용은 향후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가능성과 모듈화를 통한 확장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수출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상된 탐지 성능과 생존성 향상
신형 사단급대포병탐지레이더는 기존 전력 대비 획기적인 성능 향상을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동시 표적 탐지 능력은 기존 대비 ○배 이상 증가하고, 탐지 정확도는 약 ○○% 가량 향상된다. 또한, 로켓보조추진탄(RAP) 식별 능력까지 갖춰 다양한 적 포탄에 대한 대응력을 높였다. 탐지거리는 ○○km 이상으로, 기존 TPQ-37(약 50km) 및 아서-K(약 60km)와 비교해도 우수하거나 동등한 수준이다.
생존성 측면에서도 큰 개선이 이루어졌다. 전개 시간은 66%, 철수 시간은 33% 단축되어 적의 공격에 노출되는 시간을 최소화한다. 이는 정적인 레이더 시스템이나 배치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시스템이 역포격에 취약하다는 과거의 교훈을 반영한 설계이다. 더불어, 원격 운용 거리가 10배 증가하여 운용 병력이 보다 안전한 후방에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생존성 향상은 레이더 자산의 보호뿐만 아니라 운용 병력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과이다. 이는 현대 전장에서의 지속적인 작전 수행 능력과 전반적인 부대 방호 능력 증대에 직접적으로 기여한다. 더 높은 생존성과 안전성을 확보한 레이더는 중단 없는 전장 상황 인식을 제공하며, 핵심 대화력전 임무를 위한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한다.
최적화된 운용 주파수 대역 (C-Band)
사단급 대포병탐지레이더는 C대역 주파수(4GHz~8GHz)를 운용한다. 이 주파수 대역은 한국군 전장 환경에 적합한 표적, 즉 포탄의 레이더 단면적(RCS)을 최대로 하여 탐지 확률을 높이는 데 최적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단순히 높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적 포탄의 종류와 비행 특성, 그리고 한국군의 전술적 운용 환경을 면밀히 분석하여 가장 효율적인 주파수 대역을 선정한 결과이다. 이러한 과학적인 접근 방식은 레이더의 탐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실제 전장에서의 오탐지율을 줄여 신뢰성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데 기여한다. 특정 위협에 대한 최적화된 설계는 레이더가 의도된 목표물에 대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하도록 보장하며, 이는 실전에서의 높은 신뢰성과 전투 효과로 이어진다.
기동성 및 운용 편의성
신형 레이더는 5톤급 중형표준차량 플랫폼에 통합되어 개발 중이며, 기존 군단급 대포병레이더-II 보다 경량화되고 기동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이는 사단급 부대의 작전 특성상 요구되는 신속한 전개와 철수, 그리고 다양한 지형에서의 운용 능력을 보장한다. 사단급 부대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기동 작전을 수행하므로, 레이더 역시 이에 발맞춰 신속하게 이동하고 재배치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동성 향상은 레이더가 아군 기동 부대와 함께 움직이며 즉각적인 대포병 지원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하여, 사단 포병의 전반적인 대응 능력과 유연성을 크게 높인다. 또한, 운용 병력의 안전하고 쾌적한 임무 수행을 위해 양압 장치와 에어컨 등 운용 편의성도 고려되었다. 장시간 임무 수행이 필요한 레이더 운용병의 피로도를 줄이고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하게 하는 이러한 요소들은 궁극적으로 레이더의 지속적인 성능 발휘와 운용 효율성 증대에 기여한다.
미래 전장 환경과 사단급대포병탐지레이더의 발전 방향
사단급대포병탐지레이더는 현재의 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미래 전장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다.
타격 체계와의 유기적 연동
사단급대포병탐지레이더는 단순히 적 포탄을 탐지하는 것을 넘어, 아군 포병의 타격 체계와 유기적으로 연동되어 '탐지-결심-타격'의 대화력전 수행 주기를 획기적으로 단축시킨다. 레이더가 탐지한 적 화포의 원점 정보는 K9 자주포, 천무 다련장로켓 등 아군의 핵심 포병 전력에 실시간으로 전파되어, 즉각적인 대응 사격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센서-타격체계 연동은 단순한 정보 공유를 넘어, 전술적 우위를 확보하는 핵심적인 요소이다. 이는 핀란드 육군이 대포병레이더와 K9 자주포를 연계하여 실사격 훈련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사례에서도 그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이러한 유기적 연동 능력은 사단급 대포병탐지레이더를 단일 장비가 아닌, 통합 화력 지원 네트워크의 핵심 노드로 만든다. 레이더가 제공하는 원점 정보는 아군 포병 부대가 적의 포격에 대한 신속하고 정밀한 보복 사격을 가할 수 있도록 하여, 적의 화력 도발을 무력화하고 아군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는 현대전의 핵심인 네트워크 중심전의 중요한 구성 요소이며, 개별 플랫폼의 능력을 넘어 시스템 전체의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인공지능(AI) 및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융합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하여 사단급 대포병탐지레이더는 인공지능(AI) 및 4차 산업혁명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이다. AI 기술은 레이더의 탐지 정확도를 더욱 높이고, 다양한 표적(포탄 종류)을 더욱 정밀하게 식별하며, 복잡한 전장 상황에서 최적의 운용 방안을 스스로 학습하고 제시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는 레이더가 단순히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측하며, 심지어는 자율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인공지능 기반의 다중 센서 융합 및 유·무인 복합체계 기술 도입은 미래 대화력전의 핵심 발전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센서(음원, 영상, 전파, 광학 등)에서 획득된 데이터를 AI로 융합하여 레이더의 탐지 능력을 보완하고, 무인 체계와의 연동을 통해 레이더의 운용 범위를 확장하며 운용 병력의 위험 노출을 최소화할 수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포병탐지레이더의 효과가 입증된 만큼, 지속적인 성능 향상과 첨단 기술 도입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이러한 선제적인 기술 투자는 레이더가 끊임없이 진화하는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며, 대한민국이 미래 전장을 선도하는 국방 기술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사단급대포병탐지레이더 : K-방산의 미래를 이끌 핵심 전력
국산 사단급대포병탐지레이더는 노후화된 기존 장비를 대체하고, 첨단 능동위상배열(AESA) 및 질화갈륨(GaN) 소자 기술을 통해 압도적인 탐지 성능과 생존성을 확보하며, 우리 군의 대화력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핵심 전력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는 수도권 방어를 포함한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사단 포병의 새로운 눈'으로서, 적의 위협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본 사업은 단순한 무기체계 개발을 넘어, 국내 기술력 확보와 방위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단급대포병탐지레이더 개발은 대한민국이 자주국방을 실현하고 'K-방산'의 세계 시장 경쟁력을 한층 더 높이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특히, K9 자주포와 같은 주요 수출 품목과의 패키지 수출 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와 국방 산업의 성장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단급 대포병탐지레이더의 성공적인 전력화는 대한민국 국방 기술 발전의 상징이자, 강한 국방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