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대량 건조된 리버티선에서 수많은 결함이 발생되었고 일부는 급작스럽게 두 동강이 나기에 이르렀다. 이는 당시 완전히 이해되지 못했던 현상으로 단순한 불량을 넘어 공학적 한계를 드러냈지만 결국 극복하여 기술 발전으로 이루어졌다. 본 기고문을 통해 리버티선 결함의 기술적 원인을 살펴보고 오늘날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을 고찰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리버티선과 결함의 등장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는 비상선박건조계획에 따라 단기간 내 상당한 수의 선박을 건조했다. 전쟁으로 손실된 영국의 수송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1941년부터 1946년까지 미국의 여러 조선소에서 리버티(Liberty)선이라고 불리는 화물선 및 유조선 등을 약 2,700척가량 건조하였던 일이다. 이들 수송선은 전쟁으로 인해 파손되기도 했지만, 전쟁으로 인한 피격과 관련 없이 수많은 선체 균열 및 파괴와 같은 현상이 보고되었으며, 그중 일부는 급작스럽게 예고 없이 두 동강이 나기도 했다. 리버티선 중 John G. Gains호는 알래스카만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던 중 큰 파도가 덮쳐지자 두 동강이나 선수 부분은 침몰하기에 이르렀으며 Schenectady호는 포틀랜드 항구에 정박해 있던 도중에 두 동강이 났다.
그림 1. 정박 중 두 동강이 난 Schenectady호
리버티선 건조 과정
리버티선 건조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선박을 용접 접합으로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리벳 접합을 이용해서 건조되었다. 리벳 접합을 적용할 경우 함정을 건조하는데 수개월씩 걸렸기 때문에 전쟁 당시 긴급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안이 필요했다.
이로 인해 리벳 접합 방식 대신 용접 접합 방식을 채택하여 함정을 건조하게 되었는데, 리버티선을 건조하는 조선소들은 그 당시까지 용접으로 선박을 건조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용접공들을 새로 고용하여 훈련시키기에 이르렀다. 용접을 통한 함정 건조는 건조 기간을 비약적으로 단축 시킬 수 있었으며, 리벳 접합 방식에 비해 노동력이 적게 소요되고 선박 무게 또한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용접 접합 방식 채택 이후 초기 선박 건조에는 200일 이상이 소요되었지만, 시간이 지나 1943년에 이르러서 평균 건조 기간이 39일로 단축되었다.
그러나, 초기 선박들부터 하나 둘 씩 선체와 갑판에 균열이 생기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되었다. 당시에만 하더라도 경험이 부족한 노동자와 용접 기술 부족에 의한 문제라는 생각 때문에 조선소의 귀책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잘못된 의견은 아니었으나 상세 원인을 분석한 결과 용접 및 재료기술 등의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 문제로 확인되었다.
재료의 파괴와 DBTT
재료는 변형의 형태에 따라 크게 취성과 연성으로 나뉜다. 취성을 가진 재료는 힘을 가할 때 눈에 띄는 변형 없이 갑자기 파괴되는 것으로 유리나 도자기 등이 그에 해당한다. 반면, 연성을 가진 재료는 힘을 가할 때 늘어나거나 휘어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에너지를 흡수하며 영구적인 변형이 동반된다. 구조용 재료 대부분은 취성재료보다는 연성재료를 사용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연성재료를 사용함으로써 충돌 사고 발생 시 충격을 흡수할 수 있으며, 거대한 구조물이 무너지기 전 붕괴 징후가 서서히 나타나 대피할 시간을 벌어줄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선박에 사용되는 강재는 연성이 확보되어 선체에 하중이 가해질지라도 에너지를 흡수하며 버틸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리버티선에서 발생된 파괴 형태는 연성 파괴가 아닌 취성파괴가 관찰되었다.
그림 2. 연성 파괴와 취성 파괴
특정 금속재료는 고온 또는 상온에서 연성적 특징을 보이다가 온도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충격에 의해 쉽게 파괴되는 취성적 특징이 나타난다. 이러한 현상을 연성-취성 천이(DBT; Ductile-Brittle Transition)현상 이라고 하며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는 온도를 연성-취성 천이 온도(DBTT; Ductile-Brittle Transition Temperature)라고 한다. 리버티선 건조에 쓰인 강재는 DBTT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는데, 실제로 리버티선은 북대서양과 같은 낮은 온도의 해역이나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 주로 파괴가 발생하였다.
그림 3. DBTT
금속 원자는 결합구조에 따라 3차원의 특정한 결정 형태를 가지게 된다. 금속에서 주로 관찰되는 격자구조는 BCC, FCC, HCP 등이 있으며 이들 격자구조는 외부에서 힘을 받게 되면 특정 면을 따라 원자 배열이 깨지지 않고 미끄러져 재료에 변형이 생긴다. 이러한 미끄러지는 현상을 슬립(Slip)이라 하며, 미끄러지는 면과 방향의 조합을 슬립계(Slip System)이라 한다. BCC, FCC, HCP는 고유의 원자 배열 특성으로 인해 각기 다른 슬립계를 가지게 된다. BCC는 FCC보다 원자 배열이 덜 조밀하기 때문에 격자 저항이 더 높다. BCC는 높은 온도에서는 열적 활성화를 통해 전위 움직임이 촉진되나 낮은 온도에서는 활성화가 불충분하여 격자 저항을 극복할 수 없어지고 이로 인해 전위 움직임이 제한되어 취성파괴로 이어진다. HCP의 경우 슬립계가 극히 제한적이라 상온에서도 취성에 가까운 거동을 나타내기 때문에 뚜렷한 DBTT가 관찰되지 않는다.
리버티선 건조에 사용된 강재는 페라이트 분율이 높은 강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었는데, 페라이트는 탄소강을 구성하는 미세조직 중 하나로 BCC 구조로 이루어진다. 즉, DBTT가 상대적으로 높은 페라이트가 많이 포함된 강재로 건조된 선박이 온도가 낮은 환경에 노출되어 선체는 취성화가 된 것이다.
충격 시험
연성재료와 취성재료는 에너지 흡수에 상당한 차이가 발생한다. 기존의 인장시험이나 경도 시험으로는 DBT를 정확히 평가할 수 없었으나, 재료가 파괴되기까지 흡수하는 충격 에너지를 계측하는 충격 시험을 통해서 DBT로 인해 발생되는 연성과 취성을 상호비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충격 시험은 아이조드 시험과 샤르피 시험법이 있다. 두 시험의 원리는 유사하나, 시편에 따라 좀 더 적합한 시험방법을 구분할 수도 있다. 여기서는 가장 범용적으로 적용되는 샤르피 시험법에 관해 설명한다. 샤르피 시험은 ISO 148 또는 ASTM E23에 따라 수행되며 진자형 해머를 이용해 시편을 파괴하는 시험이다. 해머를 특정 높이에서 떨어뜨리면 회전축을 중심으로 가속되면서 시편을 파괴하고 특정 높이까지 올라오게 된다. 이때 시편 파괴 전/후 해머의 위치를 통해 시편에서 흡수한 에너지를 계산하는 원리다. 시편은 직육면체 형태의 시편에 V자형 또는 U자형 불연속부인 노치를 만들어 노치 반대 방향을 해머로 가격한다. 샤르피 시험의 결과를 여러 온도에서 측정하게 되면 DBTT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4. 샤르피 충격시험기
박 건조에 사용되는 선체구조용 강재는 안정성과 내구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강재보다 엄격한 품질기준이 요구되며 선급의 규정에 따라 생산되고 인증을 받는다. 한국선급의 「선급 및 강선 규칙」에는 선체구조용 고장력 압연 강재를 충격 시험 온도 규정에 따라 4개의 종류로 구분한다. 이를테면 AH라는 기호는 충격 시험온도 기준이 0℃이며 EH라는 기호는 충격 시험온도 기준이 -40℃라는 식이다.
결함의 추가적인 요인들
용접공들의 기량이 부족한 결과로 형성된 용접부 결함, 선박의 구조적 형태로 인한 응력집중의 영향이 균열의 시작점이 되었다. 재료에 균열이 있을 때 균열이 전파되지 않고 버티는 능력을 파괴 인성이라고 한다. 연성재료의 경우 힘이 가해지면 균열 선단에서 응력 재분배가 일어나며 소성변형으로 인해 에너지를 흡수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파괴 인성이 높다. 이와 달리 응력이 작용될 때 소성변형이 거의 없는 취성재료의 경우 파괴 인성이 낮기 때문에 예고 없이 급작스러운 파괴가 발생된다.
리버티선에 용접 접합을 사용하다 보니 선체는 하나의 큰 금속 덩어리가 되었다. 리벳 접합의 경우, 강판과 강판이 교차되어 이어지기 때문에 균열 전파가 차단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용접으로 건조된 선박은 균열이 발생하면 끊어지는 지점 없이 연속적으로 전파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리벳 접합이 용접 접합보다 뛰어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용접 접합의 경우보다 파손 규모가 작을 수는 있었을 것이다.
제언
리버티선은 전술적 관점에서 전쟁의 승리에 기여한 중요 전략이었겠으나, 기술적 한계로 수많은 결함을 드러낸 사고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사례를 통해 기술이 발전되면서 선박의 안전을 넘어 일상생활에 존재하는 안전에도 깊게 관여하고 있다. 과거의 실패가 오늘날의 수많은 사람을 지키는 밑거름이 된 셈이다.
- 참고문헌
-
- W. Zhang, "Technical Problem Identification for the Failures of the Liberty Ships", Challenges, Vol.7, Issue.2, 20, 2016.
- T. L. Anderson, Fracture Mechanics: Fundamental and applications(3rd edition), CRC Press, 2005.
- ASTM International, Standard Test Methods for Notched Bar Impact Testing of Metallic Materials, ASTM E23, 2023.
- wardvesselandexchanger.com/mdmt-and-brittle-fracture
- jm-fastener.com/product-detail-766012
- 한국선급, 선급 및 강선규칙 제2편 재료 및 용접, 2022.